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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산신령' 사진가 이백휴/전원생활/2009년

이백휴 2010-07-02 (금) 00:23 10년전 2093


날마다 다른 빛으로 산을 보다
‘덕유산 산신령’된 사진가 이백휴씨
             
유난히 하늘이 맑고 파랗던 10월의 어느 일요일 전북 무주의 덕유산 아래 곤돌라 탑승장에서 그를 만났다. 덕유산을 전문으로 찍는다는 산사진가 이백휴씨(47). 얼핏보아도 탄탄한 체격에 커다란 배낭과 등산 장비를 갖춘 모습이 ‘산사람’으로 보이는 이씨는 , 실은 평일에는 넥타이를 메고 출퇴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LG화학  총무팀에 근무하는 그가 주말마다 산에 올라 사진을 찍은 지는 19년째. 그 중 17년을 덕유산에 바쳤다. 금요일 저녁 업무가 끝나면 산으로 올라가 일요일 새벽까지 촬영하고 내려 온다는 것. 1년에 100일 이상은 산에서 산다는 이야기다.

인사를 나누며 곤돌라를 타고 비교적 쉽게 덕유산 최고봉인 향적봉(1614m)에 다다랐다. 지리산과 계룡산 등 인근 산들의 능선이 겹겹이 너울대는 절경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해가 뉘엿뉘엿 기울기 시작할 무렵 이씨는 등산로를 벋어나 숲을 헤쳐가며 능숙한 솜씨로 산을 타기 시작했다.
“덕유산은 곤돌라가 있어 접근성이 쉽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사진을 찍으려면 향적봉, 중봉, 설천봉 등을 수시로 오르내리지 않을 수 없어요. 덕유산의 등산로와 식생은 물론 어느 곳이 언제쯤 어떤 모습으로 변하는지 다 알지요. 시시각각 변하는 덕유산의 풍경을 모두 담고 싶은데, 아직도 찍지 못한 사진이 너무 많아요.”

능선들이 노을빛으로 벌겋게 익어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상선대’라는 커다란 바위지대에서 그는 배낭을 열었다. 마치 신성한 제기를 다루듯 조심조심 카메라와 삼각대를 꺼내고 사진장비를 하나씩 챙겼다. 대형 뷰카메라와 파노라마 카메라 등 예사롭지 않은 장비들이 사진에 대한 그의 녹록지 않은 연륜을 말해준다. 하나 더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그가 펼친 배낭. 원정대급 제일 큰 배낭을 개조해 주문 제작한 것으로 알루미늄 프레임이 들어있어 사진장비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 사진장비에 등산장비가 합쳐지면 30~40kg이나 된단다.

“대형 필카는 필름이 딱 한 장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공을 들여 신중하게 찍습니다. 해가 뜨고 질 때면 순식간에 빛이 변하고 구름도 변화무쌍해 집니다. 이때 대형카메라는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찍을 수가 없지요. 자기만의 그림을 정해 셋팅해 놓고 흔들림 없이 한 장을 기다리는 겁니다. 결정적인 빛이 산에 닿아 가장 아름다운 한 순간을 기다리는 거지요.” 해가 자취를 감추고, 하늘이 완전히 검은빛으로 변해 사진을 찍을 수 없을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그는 향적봉 아래 대피소에 짐을 풀었다.

사진과의 인연은 고교시절 사진을 하시던 선생님의 심부름을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번 돈으로 당시 학생으론 만만치 않은 필카를 구입했고, 그 뒤 닥치는 대로 사진을 찍다가 산사진의 매력에 흠뻑 빠진 것. 처음에는 유명한 포인트를 찾아 다녔는데 찍고 보니 모두 일명 ‘달력사진’(창작성이 부족한 평범한 사진)이었다. 그래서 한 우물을 파야겠다고 생각했고, 능선이 남북으로 길게 뻗어 빛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 덕유산이 그의 눈에 꽂혔다.

그렇게 모은 사진들로 2001년과 2006년에 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덕유산을 주제로 한 것은 최초였다. 또 국립공원사진공모전 등에도 입상하였다. 2003년에는 친구와 함께 ‘네모포토(nemophoto.net)’라는 산사진 전문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여기선 ‘덕유산 산신령’으로 통한다.(지면으로 보지 못한 이백휴 씨의 사진을 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시라)

그는 산과 사진으로만 인연을 맺은 것이 아니다. 날씨가 좋지 않아 사진이 안될 때는 가족과 함께 숲으로 들어가 캠핑을 하거나 산악자전거로 체력을 다진다. 또 올해에는 덕유산 대표소장과 함께 한국산악회로부터 산악구조대원으로 위촉되기도 했는데 수시로 위험에 처한 등산객들을 도와주고 있다. 다음날 새벽, 그를 따라 다시 향적봉에 올랐다. 검은 능선은 손님 맞을 채비를 하듯 점점 붉게 상기되어가고 멀리 가야산 위로 작고 빨간 불덩이가 솟아오른다.  겹쳐진 능선들은 하나씩 검은 옷을 벗고 카메라는 가장 아름다운 빛이 올라탄 능선을 찾아 숨죽이며 돌아간다.

글 : 전원생활 김봉아 기자        사진 : 임승수(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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